12월 초에 다녀온 금강 자전거 종주에 대해 글을 써 보고자 한다.
본래 자전거 여행기라고 제목을 지으려 했다만, 어디 관광지를 따로 들른 것은 아니니 종주기로 제목을 짓기로 타협했다.
아침 일찍 부천에서 대전으로 가는 표를 버스 표를 예매하였다.
저 날이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북극한파가 엄습한 날이었다.
요상하게 시간이 나서 자전거 좀 타려고 하면 꼭 날씨가 엄청 춥거나 덥거나 바람 불거나 한다.
날씨 복이 없는 건지 원..
아침 기온이 갑자기 영하 12도로 뚝 떨어지는 바람에 중무장을 하고 라이딩에 나섰다.
버스에 탑승.
심심할 때 널찍한 전면창을 보고 마음 놓고 앞에 발을 뻗거나 짐을 둘 수 있어서 본인은 3번 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10시 좀 넘어서 대전복합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으나 크게 찍을 만한 풍경은 없어서 사진은 패스.
대전역에 들러서 그 유명하고 유명하다던 성심당 튀김소보로를 먹어 보았다.
근데 너무 기대를 했는지 튀김소보로라는 설명을 듣고 예상이 가는 그런 맛이었다.
예상 외로 대전에 사시는 시민분들은 튀김소보로보다 다른 빵을 많이 사고
외지인들은 튀김소보로 세트를 구매하는 듯한 모습.
뭐 그래도 대전까지 들렀는데 튀김소보로는 한 번 먹어 봐야 인지상정이지.
이번의 금강 코스는
대전에서 출발해서 갑천을 따라 북쪽으로 가서 대청댐에 들르고,
세종에서 미호천과 합류해서 군산까지 종주를 하는 코스이다.
북풍이 약간 예상되는 관계로 체력을 조금이나마 안배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대전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대전지하철은 편리하게도 평일에도 일정 시간대에 자전거 탑승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 날씨에 중무장하고 자전거를 타서 그런가 뭔가 이목이 집중되는 느낌. ㅋㅋ
갑천을 따라서 북쪽으로 가는 중.
역풍이 제대로 불어서 그런지 페달이 밟아도 밟히지 않는 느낌.
여차저차 대청댐까지 도착해서 인증 완료.
여차저차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전국일주 도중에 들린 충주댐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청댐은 생각보다 매우 안쪽에 있었다.
바람도 많이 불어서 내리막도 내리막인건지 가속되는 느낌도 없고 원...
인증센터와 자전거.
대청댐에는 누가 먹이를 주는 건지.
사람 친화적인 고양이들이 좀 있었다.
얘들이 대놓고 구걸을 하는데, 가방에 뭔 부시럭 소리만 나면 부리나케 찾아와서 나를 바라본다.
미안하다. 가진 게 물밖에 없다.
광각으로 찍어봤다.
자전거 산다고 검색해서 좀 알아 볼 때,
이쁜 자전거 찾아서 산다고 하는 얘기들을 보고 '무슨 이쁜 자전거야. 자전거가 잘 굴러가면 그만이지.' 했는데
사진을 찍다 보니 왜 이쁜 자전거를 찾는지 알 것 같다.
대청댐에서 내려와 다시 합류부를 향해 가는 길.
댐에서 합류부까지 대강 10키로? 15키로?의 구간 동안 사람을 한 명도 찾아 볼 수가 없어서 좀 외로웠다.
역풍에 추위에 콧물은 질질 나고 살짝 이게 뭔 고생이지? 했던 구간.
역시 자전거 라이딩에서 멘탈적인 부분도 라이딩 난이도에 한몫하는 것 같다.
낙동강 종주가 상행보다 하행이 덜 고통스럽듯 말이다.
오랫동안 혼자와의 싸움 뒤에 도착한 금강 합류부.
건너고 있는 다리 아래가 바로 미호천이다.
나중에 충청도 오천 자전거 종주 때에 다시 따라 달릴 예정인 하천이다만
이렇게 눈이 내리고 추워서 내년 봄에서야 가능할 듯.
앞에 합강공원 인증센터가 보인다.
합강이 合江인가?
5시 경이 되자 날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멘탈적으로? 좀 피로한 느낌이 있어서 세종에서 묵기로 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세종에 묵을 숙소가 없어서 정말 애 먹었다.
사진은 가는 길에 먹은 김피탕의 모습.
처음으로 김피탕을 먹어 봤다.
인터넷에서는 김치와 피자와 탕수육을 섞은 그 맛 그대로 난다는 글을 좀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먹어 보니 나에게 있어서는 그보다 더 적합하고 정확한 맛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김피탕이라는 물건이 정말로 궁금해서 혼자 방문한 건데,
원래 둘이서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홀에서 외롭게 커플 메뉴를 시켜서 먹느라 눈치가 좀 보였다. ㅋㅋ
김피탕을 배터지게 먹고 숙소에 들어가서 취침.
보통 저녁 시간대에는 아버지와 함께 EBS에서 하는 세계테마기행 프로하고 연달아 하는 한국기행 프로를 보곤 하는데, 숙소에서 혼자 그 프로를 보고 있으니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힘들어서 그랬는지 8시 넘어서까지 늦잠을 잤고 부랴부랴 짐을 싸서 나왔다.
오늘도 추운 건 매한가지라서 자전거 도로에서 라이더는 역시 나밖에 없었다.
사진은 전날 못 들렀던 세종보 인증센터에 가서 아침 일찍 도장을 찍은 모습.
공주 방향으로의 금강을 찍은 모습.
세종에서 조금 가다보면 금방 공주 이정표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끼잇. 끼잇. 하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리길래 올려다 보니,
황조롱이가 까치 겨우 한 마리한테 쫓겨서 도망가고 있었다.
이쪽 동네는 까치가 더 힘빨이 세나 보다.
공주의 강변공원 정자에서 쉬면서 사진을 찍어 봤다.
공주의 유적에 들리진 않을 예정이지만,
그래도 좀 아쉬우니 공주 시내를 지나며 입구라도 구경하기로 했다.
사진은 금강을 건너는 금강교의 모습이다.
한강철교를 연상시키는 트러스 형태의 구조가 인상적이다.
놀랍게도 금강교는 1933년에 충남도청을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보상 차원에서 건설한 다리라고 한다.
멀찍이서 다리를 봤을 때는 도보가 없고 도로가 좁아 보여서 어떻게 건너야 하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다리가 양방향 통행이 아니라 단방향 통행으로 되어 있었다.
반대 차로는 사진과 같이 자전거 도로로 꾸며 둔 상태였다.
시내의 다리가 단방향 통행만으로도 교통량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다리를 건너니 지방의 특징, 로터리와 함께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로터리의 중앙에는 무령왕 동상이 있었다.
여담으로 무령왕은 놀랍게도 일본에서 출생하였다고 한다.
시내로 가는 곳에 웅장한 문이 자리잡고 있다.
'백제무령왕릉연문'이라고 쓰여 있었다.
무령왕릉으로 가는 길에 뭔가 느낌 있어 보이는 다리 발견.
고증은 모르겠지만 잘 만든 것 같다.
무령왕릉을 지나는 길에 있는 약간의 업힐.
공주 시내를 지나자마자 공주보 인증센터를 발견했다.
근데 도장이 실수로 전혀 다른 곳에 찍혀서 괜히 신경이 쓰였다.
공주에서 부여를 가는 길은 백프로 강변이 아니라 도로 인도를 따라 가야하는 구간이 더러 있다.
(그때마다 업힐인 게 문제아닌 문제)
그래도 경사도가 그리 크지 않아 힘들진 않다.
부여군 도착.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사실 이 이정표 바로 옆에 라면이라 쓰여있는 간판이 달려있는 집이 있었는데,
간판이 워낙 오래 됐고, 전혀 그런 것을 파는 느낌이 드는 곳이 아니라서 그냥 지나쳤다.
대충 한 40분? 조금 안 되게 가다 보니 백제보에 도착했다.
나름 고프로를 모방한답시고 스템에 세로로 핸드폰을 거치하고 찍은 허접한? 영상이라서
영상 내내 고무 빠킹 소리가 매우 심하고 화면도 흔들림으로 매우 일렁인다.
(돈 없는 자에게 자비를 부탁 요망)
인증도장 찍어주고.
백제보에서 자전거와 함께.
수자원공사? 관계 직원분들밖에 보이지 않는 휑한 곳에서 예상치 않게 CU 발견.
후딱 자전거 파킹모드 걸어두고,
샌드위치하고 오뎅 한그릇 무지성 구매 완료.
근데 어묵 안내 문구를 잘못 만들었는지.
포장지에서 쓰인대로 뚜껑 조금 따고 전자레인지 2분 돌렸더니
중간에 펑! 퍽퍽! 이러면서 전자레인지 안에서 폭음이 들리는 게 아닌가.
계산대에서 핸드폰 열심히 보시던 아저씨도, 구석에서 딴짓하던 나도 순간 이목집중.
오뎅 국물이 넘쳐서 내부가 한강이 된 전자레인지의 속사정을 조심스레 파악 후,
아저씨한테 가서 '요상하네요~ 하라는대로 했는데 국물이 아주 조금 넘친 거 같아서요. 휴지 조금만...' 했더니
명확하게 들리는 아저씨의 깊은 한숨 ㅋㅋㅋ
죄송합니다. 진짜 포장지에서 하라는대로 했는데 저렇게 됐어요...
바깥에서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면서 식사를 빠르게 하고 난 뒤에 찍은 백제보의 모습.
백제보를 지나면 금방 부여 시내이다.
다리에 산불조심 깃발들이 흔들린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조그마한 불씨 하나라도 확실하게 확인해야 한다.
불씨 조금 확인하면 끝나는 것을 산천초목 다 태우고 수백의 인력과 헬기를 동원해서 끄게 된다면 얼마나 손해보는 장사인 건지.
부여에 가니 이렇게 특유의 맨홀을 발견.
지역색을 나타낸 맨홀은 좋지만,
부여이니만큼 백제의 유적과 관련된 그림이 들어간 맨홀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멀찍이 부여 시내가 보인다.
백제교의 모습인데...
자전거 도로 바닥을 우레탄으로 해놨다;;;
전국일주 도중에 담양-광주 쪽에 우레탄 자전거 도로를 보고도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부여에 와서 또 볼 줄이야.
이곳은 부여의 강변공원.
오후라서 그런지 공주보다 오히려 사람이 더 많다.
그리고 부여를 지나치고 나오는 데크길.
데크길은 대체로 보는 맛이 있어서 좋지만, 왠지 모르게 못 같은 게 튀어나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항상 바닥을 주시하면서 라이딩을 하게 된다.
부여에서 조금 더 밟다 보면은 강경이 나온다.
젓갈로 유명한 그곳 맞다.
젓갈 백반이 좀 유명한 듯 싶지만, 별로 땡기지 않기 때문에 패스.
물이 다 떨어져서 급하게 주변의 편의점을 경유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자전거 도로가 인적이 매우 드문 시골을 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상 라이딩 중 보급은 유의하면서 챙겨야 한다.
물병 별로 안 남았는데 또 있겠지 하고 보급처 시크하게 지나쳤다가 나중에 시골 한복판에서 땅을 치고 후회한다.
강경읍을 지나쳐 가다보니 갑자기 길이 펜스로 막혀 있다.
적잖이 당황하면서 표지판을 읽어보니 대충 몇 년 전부터 낙석 붕괴 위험이 있어서 폐쇄됐다고 한다.
영산강이었나 거기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우회로를 알려주지를 않아서 매우 애를 먹었다.
다행히도 여기에서는 우회로가 확실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불만은 그 우회로가 업힐이라는 점.
쌩쌩한 아침 같았으면 냉큼 밟아 올라갔을텐데 이미 80키로 정도를 밟은 터라 끌바를 했다.
성당포구 가는 길에 갈대밭이 펼쳐지며 무수한 바람개비가 있어서 한 컷.
성당포구 인증센터를 지나면 성당리 안쪽의 마을 길로 접어든다.
조그마한 언덕이 해를 가리는 터라 갑자기 추위를 느꼈다.
힘도 같이 빠진 건 덤.
그래도 언덕을 오르면 뭔가 느낌 있는 길이 펼쳐진다.
(느낌을 조금 중시하는 편)
느낌 있는 길에 있는 느낌 있는 벤치에서 괜히 한 컷.
다시 언덕을 내려오면 강변 자전거 도로의 형태로 복귀한다.
슬슬 다리가 피로해지는 관계로 숙소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숙소를 찾아보니 한산모시로 유명한 그 한산면에 시골 모텔이 있었다.
그쪽에서 묵는 것으로 결정하고 목적지를 설정.
대강 현위치로부터 10여 키로 남았댄다.
놀랍게도 한강에서와 같이 강의 북쪽과 남쪽에 모두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꽤 하잖아 금강?
한산면 가는 길.
묵기로 한 모텔이 보인다.
아주머니께서 매우 친절하셔서 신문지를 두고 자전거를 보관하게 해주셨다.
가격도 괜찮고 조용하고 뭔가 시골 모텔만의 정겨운 느낌이 있다.
자전거 전국일주 때에도 시골에 묵었던 모텔이 은근스레 기억에 남는다.
신태인읍에 있던 시골 모텔 옥상에서 세탁기 돌려서 빨래 널던 그 감성이란... 크으...
놀랍게도 냉장고에 타우린 드링크가 있었다.
내일의 일정을 위해 원샷.
다시 상쾌한 아침이 밝았다.
자전거를 끌며 모텔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다시 나서는데
오늘도 굉장히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지라 뭔가 RPG 게임의 모험가가 여관을 나올 때의 기분이라고 해야 되나.
난데 없이 육교지 싶었는데 한산모시 기념관이라는 듯하다.
군산까지는 겨우 20키로 남았다만
아뿔사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눈이 아닌 게 어디냐만은 그래도 추운 날씨이기 때문에 결빙에 주의하여야 한다.
뿌연 게 다 빗방울이다.
빗줄기가 거세지고 있다.
후딱 하굿둑에 도착해서 도장을 찍었다.
놀랍게도 금강하굿둑 북쪽과 남쪽에 각각 인증센터가 있었다.
금강하굿둑.
본래라면 전국일주를 하면서 이곳을 건너려고 했었다.
다만 이튿날의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버스를 타고 보령에서 군산까지 점프를 하느라 이곳을 지나치지 못했다.
그땐 마치 무슨 일정에 쫓기고 있던 것 같았다.
나름 대학생의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전국일주를 계획했던 건데.
조금 천천히 가도 됐는데, 일정 개의치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달리고 쉬었어도 됐는데...
다시 전국일주를 돌이켜 보노라면 그런 아쉬움이 드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전라북도 입성.
사실 이미 강경읍 부근에서 익산을 지나쳤지만.
역시 군산까지 오니 슬슬 금강도 바다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대청댐에서 봐 오던 물줄기가 이렇게 됐구나 생각하니 뭔가 대견하다.
군산 시내에 입성.
군산이 옛날에 조성된 도시라서 그런지 특유의 느낌이 있는 것 같다.
군산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인천가는 표를 구매했다.
저거 아니면 바로 11시 30분 경 차였는데 정말이지 맞는 타이밍에 도착했다.
추운데다가 비까지 내리니 역시 이곳에서도 라이더는 나 혼자 뿐이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인천으로 향하며,
이렇게 금강 자전거 종주를 마무리하였다.
앞으로 날이 좀 풀리고 눈이 녹으면 철원 라이딩을 해서 평화누리 자전거 종주를 완료하려고 생각 중이다.